돈 공부 시작, 마음이 먼저였다 — 가계부 기록보다 먼저 한일
안녕하세요. 재테크 블로거 석봉이 엄마입니다.
돈 공부 시작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제 돈 공부는 가계부나 재테크 책이 아니라,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는 일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순서대로 적어 봅니다.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께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벌기는 계속 벌었는데 남는 게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는 동안 저는 돈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습니다. 둘째를 낳고서야 비로소 우리 집 경제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벌기는 계속 벌었는데, 남아 있는 건 왜 하나도 없지?”
돈은 늘 나가기만 했고 모인 건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둘째까지 낳고 보니, 제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체감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이유 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산후우울증이었습니다.
돈 공부 시작 전에 마음을 먼저 돌보다
짜증만 내던 제 상태를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워진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자기계발서, 부동산, 주식, 경제 책을 가리지 않고 빌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여섯 권을 빌려 몇 달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마음속 어딘가에서 서서히 희망과 용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아, 나도 괜찮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지친 분들께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책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경험입니다. 마음이 오래 가라앉아 있거나 일상이 힘들 정도라면, 책과 함께 보건소나 병원의 전문가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때 더 일찍 도움을 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가계부를 쓰고 나서 마주한 냉정한 현실
6개월쯤 지나 처음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정비,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통신비, 식비, 보험료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월급은 스쳐 지나가듯 사라졌고, 통장엔 늘 잔고가 없었습니다. 가끔은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마음의 위로는 받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저는 또다시 제자리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가계부를 쓴 덕분에 ‘어디로 돈이 새는지’는 처음으로 눈에 보였습니다. 많은 분이 돈 공부 시작을 가계부로 잡는 이유를 그때 알았습니다. 숫자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돈 안 드는 공부, 유튜브 강의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유튜브가 일상이 됐지만, 당시에는 아직 보편화되기 전이었습니다. 왜 그때 유튜버가 될 생각은 못 했을까 아쉬움도 남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길이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
유튜브는 제게 신세계였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훌륭한 강의가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미경 선생님과 김창옥 선생님의 강의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두 분의 책도 서너 번씩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돈 공부 시작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강의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저에게 먼저 필요했던 건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를 정리해 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만 일 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 돈 공부는 시작되었습니다.
돈 공부 시작, 돌아보니 순서가 중요했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저는 이 순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부터 살핀다. 상태가 무너져 있으면 어떤 재테크 정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 가계부로 현실을 본다. 완벽하게 쓰려 하지 말고, 한 달만 모든 지출을 적어 보면 새는 구멍이 보입니다. 앱이든 공책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빠짐없이 적는 것입니다.
- 무료 자원부터 활용한다. 도서관과 유튜브만으로도 기초를 다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유료 강의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된 뒤에 골라도 늦지 않습니다.
- 1년은 준비 기간으로 잡는다. 저는 마음 정리에만 1년이 걸렸습니다.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이 기간에 수익을 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막아 주었습니다.
돈 공부 시작은 숫자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를 돌보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산후 우울증을 겪고 나보니 우울증이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에게든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무기력이 나를 짓눌렀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읽던 책 읽는 습관이였네요. 요즘은 모두 미디어에 중독되어 종이책은 보지 않는데 종이책이 중요한 순간도 있더라구요. 어디선가 힘들어 하고 있을 이 세상의 모든 이제 막 엄마를 시작한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석봉이 엄마도 여전히 반성과 후회를 되풀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
이 글은 작성자의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이며, 의학적·재정적 조언이 아닙니다. 마음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 상담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