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도 길은 있었다.
유튜브 공부는 정말 시간 낭비일까요. 학원도 시간도 없던 시절 요가와 역사, 경제를 영상으로 배운 기록과 아이에게 학습 만화를 계속 사주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정리하는 석봉이 엄마입니다.
유튜브 공부가 지금처럼 흔한 말이 되기 훨씬 전부터, 저는 유튜브의 애용자였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저도 오래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길이 다른 곳에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왜 저에게 영상이 책보다 잘 맞았는지, 그리고 그 방식을 아이 교육에까지 적용하게 된 이유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1. 유튜브 공부가 시작된 자리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었기에 따로 시간을 내거나 돈을 들여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학원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제 마음대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삼십 분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사람에게 ‘수강 신청’은 사치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유튜브는 말 그대로 신세계였습니다.
요가 학원 대신 거실 매트
좋아하던 요가 학원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을 때, 요가 채널을 틀어놓고 매일 저녁 집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아이가 잠든 뒤 거실 바닥에 매트를 펴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며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기에는 자기계발 강의를 수백 편 넘게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집 안을 채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힘이 됐습니다.
다만 이건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영상이 전문가의 도움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그 시기를 지나는 하나의 손잡이였을 뿐이고, 힘든 시기를 혼자 버티는 것이 정답인 적은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일과 이런 방식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역사도, 경제도 책 수백 권을 읽는 것보다 영상 강의를 통해 더 많이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돈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공부 공간, 그게 바로 유튜브였습니다.
2. “이거 시간 낭비 아닐까” — 유튜브 공부를 의심했던 이유
물론 마음이 편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도 ‘배움은 책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 안의 고정관념 때문이었을 겁니다. 영상은 왠지 노는 것 같고, 책은 왠지 제대로 하는 것 같은 느낌. 그 감각은 내용에서 온 게 아니라 형식에 대한 편견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압니다. 무엇이든 본인에게 맞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걸요. 설거지할 때도, 청소할 때도, 샤워할 때도 귀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3. 유튜브 공부가 나에게 맞았던 세 가지 이유
왜 나는 영상이 더 잘 맞았을까. 오래 생각해 보고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하나, 비어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귀’였다
제게는 자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손은 바쁜데 귀는 비어 있는 시간은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있었습니다. 설거지, 빨래 개기, 청소, 등하원 길. 책은 이 시간을 쓸 수 없지만 영상은 쓸 수 있습니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시간을 찾아낸 것입니다.
둘,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여러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책은 한 권에 한 명의 설명이 들어 있습니다. 영상은 같은 개념을 열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저는 한 번에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해될 때까지 다른 사람의 설명을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셋, 시작 비용이 0이었다
책 한 권을 사면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깁니다. 영상은 5분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닫으면 그만입니다. 부담이 없으니 자주 시작했고, 자주 시작하니 결국 쌓였습니다.
4. 그래도 책이 나은 순간은 분명히 있다
균형을 위해 이건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몇 년 해 보니 영상이 못 하는 일도 분명했습니다.
깊이 들어갈 때는 책이 낫습니다. 영상은 재미있는 지점에서 멈추지만, 책은 지루한 구간까지 끌고 갑니다. 그런데 실력은 대개 그 지루한 구간에서 늘더군요.
되돌아볼 때도 책이 낫습니다. 한 달 전 영상에서 본 그 문장을 다시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책은 밑줄이 남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방식은 영상으로 들어가서 책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유튜브 공부로 전체 지도를 그리고, 진짜 알고 싶어진 한 분야만 책으로 파고듭니다. 이 순서가 반대였을 때는 늘 실패했습니다.
5. 아이 교육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육아서나 이른바 명문대 보낸 부모들의 책에는 초등 저학년까지만 만화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아직도 아이에게 학습 만화를 보여주는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글자만 가득한 책은 손이 잘 안 가고, 영상 수업을 더 선호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전집은 안 봤지만 학습 만화는 세 번 봤다
어릴 때 수많은 전집을 사줬지만 정작 제대로 본 책은 몇 권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습 만화는 사주기만 하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큰아이는 학습 만화만 읽고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초급에 훌륭한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초급·중급·고급 체제는 2020년 5월 제47회 시험부터 기본·심화 2종으로 개편됐습니다. 시험 정보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해지면 줄글 책도 스스로 보기 시작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원한다면 더 사줄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지키는 두 가지
무작정 허용만 하는 건 아닙니다. 두 가지는 지킵니다.
첫째, 읽은 내용을 말로 설명하게 합니다. “오늘 본 거 뭐였어?”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설명할 수 있으면 만화든 줄글이든 남은 겁니다.
둘째, 재미로 본 것과 배운 것을 구분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이거 재밌다”고 느낀 것을 어른이 “그건 공부가 아니야”라고 나누는 순간, 흥미가 끊어지더군요.
6. 경제 공부의 길을 열어 준 채널들
경제 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많은 주식·경제 책을 읽었지만 정말로 제 길을 열어 준 건 영상 수업들이었습니다.
2년째 매일 아침 7시 30분과 저녁 6시에 정주행하고 있는 ‘삼프로TV’는 제게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선물해 줬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듣기 시작한 ‘신사임당’ 채널은 이제 어엿한 메가 유튜버가 되었고, ‘냉철TV’는 정말 재미있게 경제를 배우게 해줬습니다. 또 ‘캔들스토리’는 역사와 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정말 쉽게 설명해 줘서 요즘 제가 가장 즐겨보는 채널 중 하나입니다.
댓글을 단 적도, 채널에 참여한 적도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채널들이 오래오래 제 삶의 곁에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영상으로 방향을 잡되 숫자와 제도는 반드시 원자료로 확인합니다. 제도나 금융 상품이 헷갈릴 때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포털 ‘파인’을, 아이와 함께 볼 자료는 금융감독원 e-금융교육센터를 씁니다. 무료이고, 초·중·고 눈높이별 콘텐츠가 잘 정리돼 있습니다.
7. 소비가 아니라 공부가 되게 하는 유튜브 공부법 5단계
같은 시간을 써도 남는 사람과 남지 않는 사람이 갈립니다. 제가 쓰는 방식입니다.
1단계 — 주제를 정하고 재생목록부터 만든다. 알고리즘이 주는 대로 보면 소비이고, 목록을 만들어 보면 공부입니다.
2단계 — 한 주제를 최소 세 채널로 교차한다. 한 사람의 관점만 들으면 그건 학습이 아니라 설득당하는 것입니다.
3단계 — 영상 하나에 메모 한 줄. 길게 쓰지 않습니다. 제목과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검색되는 건 영상이 아니라 이 메모입니다.
4단계 — 숫자가 나오면 멈추고 원자료를 연다. 영상은 방향을, 원자료는 근거를 줍니다.
5단계 — 한 달에 한 번, 안 본 재생목록을 지운다. 쌓인 목록은 부담이 되고, 부담은 공부를 멈추게 합니다.
누군가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했지만,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속에도 찾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고.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안녕.
자주 묻는 질문
Q. 유튜브 공부는 정말 책만큼 효과가 있나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전체 지도를 빠르게 그리는 데는 영상이 유리하고,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데는 책이 유리합니다. 저는 영상으로 시작해 책으로 마무리하는 순서가 가장 잘 맞았습니다.
Q. 영상만 보다 보면 남는 게 없는 느낌인데요. 메모가 없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영상 하나에 한 줄이면 됩니다. 기록이 없으면 본 것과 아는 것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Q. 아이에게 학습 만화만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정답을 드릴 수는 없고, 저희 집 기준만 말씀드립니다. 저는 읽은 것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설명이 되면 형식은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마다 다르니 각자의 관찰이 우선입니다.
Q. 전집을 사도 안 보는데 어떻게 하나요?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반복해서 보는 것에 예산을 씁니다. 한 번도 안 펼친 열 권보다 세 번 읽은 한 권이 낫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 경제 유튜브는 어디서부터 봐야 하나요? 특정 채널을 권하기보다, 한 주제를 정해 세 채널을 교차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르게 해석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공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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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본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채널이나 교육 방식의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은 작성자가 시청자로서 언급한 것일 뿐 어떠한 제휴나 후원 관계도 없습니다. 학습 방법과 자녀 교육 방식은 개인차가 크므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