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 아이 휴대폰에서 시작된 5가지 관찰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올까요. 아이에게 휴대폰을 사준 뒤 달라진 소비를 지켜보다 기업을 찾아본 기록과, 이 방식이 놓치기 쉬운 함정까지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정리하는 석봉이 엄마입니다.
제가 얻은 가장 선명한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는 증권사 리포트가 아니라 아이의 휴대폰에서 나왔습니다.
정확히는 아이가 저에게 던진 한 문장에서였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적어 보려고 합니다.
1. 휴대폰을 최대한 늦게 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4학년이 된 큰애에게 휴대폰을 사주었습니다.
그전부터 사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되도록이면 늦게 사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크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모른 척하고 미루기 일쑤였습니다.
“친구들 다 갖고 있어!” “나만 없으면 왕따 돼!”
아이는 그야말로 난리였습니다. 결국 휴대폰을 사주면서도 게임은 주말에만, 카카오톡은 금지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내가 먼저 겪었던 ‘띠링’ 소리
조건을 붙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저 자신이 메신저에 붙들려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입니다.
그 무심한 ‘띠링’ 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휘둘렸던지요. 하던 일을 멈추고, 답장을 고민하고, 읽음 표시를 확인하고. 그 시간들이 쌓여서 하루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되곤 했습니다.
내가 못 이긴 걸 아이에게 쥐여주는 게 맞나. 그 생각이 저를 오래 망설이게 했습니다.
결국 5학년에 카카오톡을 깔아 줬습니다
그렇게 버텨오다가 5학년이 되며 결국 허락했습니다. 친구들과 단체 대화방이 생겼고, 예상대로 알림 소리만 나면 아이는 하던 걸 멈추고 폰으로 달려갑니다.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닙니다. 언젠가 겪을 일이라면 제가 옆에 있을 때 겪는 편이 낫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2. “엄마, 이거 이제 봤어?”
어느 날은 아이와 함께 앱을 구경하다 광고가 뜨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이제 봤어?”
사실 저는 주식을 시작하면서 폰을 예전처럼 들여다보지 않게 됐고, 메신저도 잘 쓰지 않다 보니 그 안에 그렇게 많은 광고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광고를 먼저 발견한 건 저보다 아이였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의 소비가 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앱에서 본 광고들을 자꾸 사달라고 했습니다. 전에는 없던 품목들이었습니다.
‘아… 이게 진짜 파급력이구나.’
부모로서는 아찔했고, 동시에 시장을 보는 눈으로는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 집 아이의 소비를 바꿀 정도라면 그건 전국 단위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집이 정한 세 가지
광고를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했습니다.
하나, 갖고 싶은 건 바로 사지 않고 일주일 적어 둡니다. 일주일 뒤에도 여전히 갖고 싶으면 다시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은 사흘 안에 잊힙니다.
둘, “이건 광고야”라고 알려 줍니다. 광고를 나쁜 것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돈을 내고 내 눈앞에 올려 둔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 줍니다.
셋, 자기 용돈으로 사게 합니다. 설명 열 번보다 자기 돈이 줄어드는 경험 한 번이 강합니다.
3.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쓰는 이 앱에 광고 수익까지 붙는다면, 매출이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를 찾아봤습니다.
나중에 숫자로 확인해 보니
한참 뒤에 실적 자료를 찾아보고 제 짐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았습니다.
제가 본 그 배너는 ‘비즈보드’라는 광고 상품으로, 2019년 5월부터 카카오톡 대화 목록 최상단에 게재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의 2020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4조 1,567억 원, 영업이익은 121% 증가한 4,56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카카오톡 기반 사업인 ‘톡비즈’만 2020년 한 해 1조 1,490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사업부 가운데 유일하게 조 단위였습니다.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2019년 2분기 5.5%에서 2020년 2분기 10.3%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식탁에서 아이와 나눈 대화 한 조각이, 실제로는 조 단위 사업의 표면이었던 겁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의 실체입니다. 특별한 정보가 아니라, 누구나 보고 있지만 아무도 세어 보지 않는 것을 한 번 세어 보는 일입니다.
기업의 실적과 사업 부문별 매출은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서, 회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는 카카오 IR 공시 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이미 올라 있었고, 그리고 기회는 다시 왔습니다
찾아본 그때는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런… 하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발견이 늦었던 겁니다. 저는 광고가 시작되고 한참 뒤에야 그것을 ‘봤고’, 시장은 그 사이에 이미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회는 다시 왔습니다. 3월, 시장이 무자비하게 무너졌을 때 저는 조금씩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용감해서가 아니라, 이미 관찰해 둔 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급락장에서는 새로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전에 봐 둔 목록에서 꺼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의 관찰이 폭락장의 실탄이라고 생각합니다.
5.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의 함정 네 가지
여기까지만 쓰면 예쁜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함정이 있고, 저는 그걸 다 겪었습니다.
첫째, 좋은 서비스가 곧 좋은 주가는 아닙니다. 서비스가 아무리 훌륭해도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제가 ‘늦었다’고 느낀 순간이 정확히 그 지점이었습니다.
둘째, 내가 아는 건 남들도 압니다. 전 국민이 쓰는 앱이라면 전 국민이 그 사실을 압니다. 관찰은 출발점일 뿐, 그것만으로 우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관찰 뒤에 반드시 숫자 확인이 따라와야 합니다.
셋째, 애정이 판단을 흐립니다. 내가 매일 쓰는 서비스일수록 나쁜 소식을 잘 안 믿게 됩니다. 편리함과 투자 판단은 분리해야 합니다.
넷째, 국내 1등이 곧 세계 1등은 아닙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오래 고민한 지점입니다.
그래서 관찰은 이렇게 검증합니다
함정을 피하려고 제가 쓰는 순서입니다. 세 단계면 충분했습니다.
1단계 — 그게 정말 돈이 되는 사업인지 확인합니다. 눈에 보이는 서비스가 반드시 회사의 주 수입원은 아닙니다. 제가 본 배너는 다행히 실제 매출 축이었지만, 많은 경우 내가 감탄한 서비스는 회사 매출의 5%짜리 곁가지입니다. 사업 부문별 매출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단계 — 언제부터 시작된 일인지 확인합니다. 제가 그 광고를 ‘처음 봤다’고 해서 그때 시작된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굴러가고 있었고, 시장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발견한 시점과 사업이 시작된 시점의 간격이 곧 내가 늦은 정도입니다.
3단계 — 숫자가 관찰을 따라오는지 봅니다. 느낌이 맞았다면 매출이나 이익률에 흔적이 남습니다. 흔적이 없다면 제 관찰이 과장됐던 겁니다. 이 확인을 건너뛰면 관찰은 그냥 감상이 됩니다.
이 세 단계를 거치고 나면 후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줄어드는 게 맞습니다.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는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 걸러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국내 1등이 세계 1등이 되는 날
생각해 보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학교나 관공서가 특정 메신저 하나를 이렇게 당연하게 쓰는 나라는 드뭅니다. 우리나라는 그게 당연합니다. 강력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그 강력함이 국경 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자국에서 1등을 하면 그대로 세계 1등이 됩니다. 시장 크기 자체가 다르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도 낮습니다. 참 대단한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등 하면 세계 1등이 되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꿈을, 저는 오늘도 주식 창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그려 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안녕.
자주 묻는 질문
Q.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나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내 돈이 나가는 자리와 내 시간이 나가는 자리를 적어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자주 열리는 앱, 가장 자주 사는 물건. 거기서 출발해 그 회사의 매출 구조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Q. 관찰만으로 종목을 사도 되나요? 저는 관찰을 ‘후보 명단’까지만 쓰고 있습니다. 사기 전에는 반드시 공시와 실적으로 확인합니다. 느낌이 맞았다고 해서 가격까지 맞은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Q. 아이가 광고를 보고 자꾸 사달라고 합니다. 저희 집은 일주일 적어 두기, 광고라고 알려 주기, 자기 용돈으로 사기 세 가지를 씁니다. 막는 것보다 판단하는 연습을 시키는 쪽이 오래갑니다.
Q. 초등학생에게 휴대폰은 언제 사주는 게 좋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저는 4학년에 사주면서 조건을 붙였고, 메신저는 5학년에 허락했습니다. 중요한 건 시기보다 처음에 정한 규칙을 얼마나 함께 지켜 주는가였습니다.
Q.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은 포기해야 하나요? 포기 대신 목록에 남겨 둡니다. 저는 그렇게 남겨 둔 종목을 시장이 무너졌을 때 담았습니다. 다만 어떤 가격이 적정한지는 각자 판단할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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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작성자의 과거 경험과 관찰을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기업명과 실적 수치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공개 자료이며 현재의 투자 판단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자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